오히려 기분, 주변 환경, 심지어 체온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열이 나서 침대에 누워 본 적이 있다면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추운 환경에 사는 사람들은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더운 기후의 문화가 더 느리게 움직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그들의 시간 감각은 다른 모든 것을 느리게 느끼게 한다. 실제로 온도와 시간 인식 사이에는 몇 가지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 인지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체온이 우리의 내부 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추운 환경에서는 신체가 열을 보존하기 위해 대사 과정이 빨라지는 경향이 있어, 이것이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는 주관적 느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더운 기후에서는 사람들이 신체적으로 움직임을 줄이고 에너지를 보존하는 경향이 있어 시간을 더 여유롭게 느낄 수 있다. 이런 생리적 차이가 문화적 시간 인식과 생활 리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화적 시간 인식은 기후 외에도 역사, 경제, 사회 구조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산업화된 사회와 농경 중심 사회는 시간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를 수 있다. 그렇다 치더라도 정상적인 조건에서도 인간은 시간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시간의 길이를 최소 10% 이상 잘못 판단하고, 시계가 없으면 하루를 제대로 가늠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성격 또한 영향을 미친다. 외향적인 사람은 내향적인 사람보다 시간을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종종 느린 동작에 갇힌 듯한 느낌을 받는 반면, 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간은 단순히 왜곡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길어질 수도 있다. "존(zone)" 상태(일반적으로 '플로우(flow)'라고도 불리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이는 사람이 어떤 활동에 완전히 몰입하여 시간 감각이 사라지고 자아의식이 줄어들며 최적의 수행 능력을 발휘하는 상태를 의미한다)에 있는 운동선수들은 모든 것이 느려져서 반응할 시간이 더 많아진다고 말한다. 예술가와 음악가들 또한 작업에 너무 몰두하여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아마도 가장 놀라운 것은 최면에 걸린 사람들의 사례일 것이다. 시간이 무제한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들은 갑자기 몇 분 만에 복잡한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 낭비의 가장 심각한 유형은 지루함이다. 매 순간이 질질 끌려 마치 꼼짝 못 하고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다림은 불편함을 넘어 권력에 반영이 되었다. 지위는 누가 기다릴지를 결정하지만, 권력자(갑)들은 덜 기다린다. 그리고 반대로, 약속 시간에 늦게 도착하는 것은 성공의 신호이다. 사람들이 당신을 더 오래 기다릴수록, 당신은 더 중요한 존재로 여겨진다. 동시에, 기다림은 관대한 행동이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것은 존중의 한 형태이다. 줄을 서든, 약속을 기다리든, 아니면 통화 대기 중이든, 기다리는(을) 모든 순간은 누가 권력을 쥐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일깨워준다.
현재 한국 번역가 협회 회원이며 번역하는 사이사이 책을 출간하고 있다. 자본주의를 신봉하며 항상 좋은 책을 펴 내고자 하는 저자의 바람은 독자 여러분의 관심으로 그 꿈을 이루리라 확신한다.